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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싫어!’가 알려주는 성장 신호

by 햇살반짝맘 2025. 9. 4.

육아를 하다 보면 매일이 새로운 도전입니다. 특히 아이가 말을 배우고 자율성이 커지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싫어!”라는 한마디죠. 처음에는 단순한 고집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짧은 단어 속에는 아이의 성장 신호와 심리적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저 역시 요즘 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첫째 딸이 애기때부터 예민한 기질인 편이긴 했는데.. 5살이 되면서 갑자기 사춘기라도 온 듯,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을 내고, 제 말에 반박하며 “싫어!”를 달고 살아요. 예전에도 순순히 따르진 않았지만...ㅠㅠ 아이가 급발진 하면서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 걸 보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이 “싫어!”가 단순히 말 안 듣는 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한 표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아이의 ‘싫어!’가 알려주는 성장 신호
아이의 ‘싫어!’가 알려주는 성장 신호

 

“싫어!”는 자율성과 독립심의 시작

아이가 처음으로 “싫어!”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할 때, 부모는 당황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자율성과 독립심이 싹트는 신호로 봅니다.

 

■ 에릭슨의 발달 단계 이론

아동 발달 이론가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생후 18개월에서 3세 사이를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 단계로 설명했습니다. 이 시기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강한 저항을 보입니다. 바로 이때 “싫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죠. 이는 “나는 독립적인 존재이고, 내 선택을 존중받고 싶다”는 아이의 심리적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세 전후의 아이들은 이미 언어 능력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울음 대신 “싫어”라는 명확한 언어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귀찮고 힘들 수 있지만, 사실 아이가 건강하게 자아를 확립해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실제 연구 사례

아동 언어 발달을 연구한 캐서린 넬슨(Katherine Nelson)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언어 습득 과정에서 부정어(싫어, 안 돼, 아니야)를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단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처음으로 언어화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싫어”라는 말은 부모와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경계를 세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한 최근 아동 심리학 논문에서도 유아기의 “부정적 표현”은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거절을 통해 아이는 자기결정권을 경험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협상과 타협을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로 돌아와서

저희 딸 역시 5살이 되면서 “싫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하원하고 돌아오면 바로 씻자고 하니 싫다고 하고, 식탁에 놓은 간식이 마음에 안 든다, 식빵 갈색 테두리가 있어서 싫다, 요구르트 내가 빨대 꽂을 수 있는데 엄마가 꽂아서 먹기 싫다...

처음에는 단순한 반항처럼 속으로 부글부글하고 참을 인 많이 새겼는데요.. 심리학 책들을 찾아보니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는 이제 단순히 ‘부모가 해주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라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었던 거예요.

 

   부모가 기억해야 할 점

아이의 “싫어”는 반항이 아니라 자율성의 언어다.

이 시기를 억누르면 아이는 자기주장을 부끄러워하거나, 지나치게 수동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다.

반대로 존중받은 아이는 점차 자기표현에 자신감을 가지고, 더 건강한 독립심을 기르게 된다.

즉, 아이의 “싫어”는 힘든 육아의 순간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징검다리입니다.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자기표현을 긍정적으로 키워갈 수도, 억눌린 채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싫어!” 속에 담긴 감정: 짜증, 불안, 자기표현

아이가 “싫어!”를 자주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버릇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유아기의 “싫어”는 감정 조절 미숙과 자기표현 욕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짜증과 피곤함의 언어

발달심리학자 토마스와 체스(Thomas & Chess)는 아이들의 기질을 연구하면서, 어떤 아이들은 ‘까다로운 기질(difficult temperament)’을 타고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환경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피곤하거나 배가 고프면 금세 짜증을 내죠. “싫어!”라는 말은 사실 ‘나는 지금 힘들다’라는 감정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의 표현

아이들이 새로운 상황을 거부할 때 “싫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낯선 교실, 처음 보는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울면서 “가기 싫어!”라고 말하는 건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이나 낯가림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발달심리학에서는 이 시기의 거부 행동을 아이가 세상과 관계 맺는 과정을 학습하는 적응 단계로 봅니다.

 

   자기표현의 시작

언어학자 캐서린 넬슨(Katherine Nelson)의 연구에서도 밝혀졌듯, 아이들은 언어 발달 초기에 부정어(“아니야”, “싫어”)를 가장 먼저 학습합니다. 이는 단순한 단어 습득이 아니라, 자기 의사 표현을 처음으로 언어화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즉, “싫어”라는 말은 아이가 부모와 동등한 대화자로 참여하고 싶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아이의 “싫어” 속에는 짜증·불안·자기표현이라는 다양한 감정이 녹아 있으며, 이는 모두 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인 경험입니다.

 

 

부모가 대처하는 법: 존중과 한계의 균형

발달심리학에서는 아이의 부정적 표현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수용과 한계 설정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균형이 잘 맞아야 아이가 건강한 자아와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감정 인정하기 (공감적 양육)

아동심리학자 하임 기노트(Haim Ginott)는 “아이의 감정은 존중하되, 행동에는 한계를 두라”고 말했습니다. 즉, 아이가 “싫어!”라고 말했을 때 그 감정을 무시하기보다 “아, 네가 지금 싫구나”라고 공감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감정은 인정하지만, 규칙은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죠.

 

   선택권 주기 (자율성 지원)

자율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Deci & Ryan)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율성 욕구’를 가집니다. 아이가 “싫어!”라고 말할 때 부모가 “그럼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볼래?”라고 하면, 아이는 자기 의지가 존중받는다고 느낍니다. 이는 반항심을 줄이고 협력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규칙과 한계 세우기 (일관된 양육)

심리학에서는 아이가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모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양치하기, 안전 문제, 기본 예절과 같은 부분에서는 “싫어도 꼭 해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단, 단호함 속에서도 설명과 이해가 동반되어야 아이가 억압이 아닌 교육으로 받아들입니다.

 

아이가 “싫어!”라고 외치는 것은 발달심리적으로 자율성과 자기표현의 확립 과정입니다. 부모가 이를 무조건 반항으로 보고 억누르면 아이는 위축되거나 반대로 더 강한 반항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규칙과 한계를 일관성 있게 알려주면, 아이는 자신을 존중받는다고 느끼면서도 사회적 규칙을 배워갑니다.

 

아이의 “싫어”는 부모 입장에서 듣기 불편하고 때론 지치게 만들지만, 사실은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독립심이 싹트고, 감정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죠.

저 역시 5살 딸아이의 “싫어” 공격(?)에 매일 힘들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합니다. “이 아이가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세상을 찾아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거든요.

결국 아이의 “싫어”는 반항이 아니라 성장의 언어입니다. 부모가 이 신호를 잘 해석하고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규칙을 지켜준다면, 아이는 건강한 자아와 자신감을 키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